지방자치는 집권자의 정권연장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국가 발전을 이유로 오랫동안 뒷방에 떠밀린 채 이어져 왔다.

주민에게 필요한 지방자치를 실현하지 못했고 정치가의 야심에 따라 정쟁을 위한 도구로 이용된 채 여전히 중앙의 정치논리를 좇고 있다.

인천을 포함한 대한민국은 지난해 코로나19로 매우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이했다.

당장 소상공인과 일용직, 비정규직 등 경제적상황이 어려운 이들을 구제해야 한다.

지방자치가 이 같은 상태에서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지역상황을 모른 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책만 내놓게 되고, 지방자치단체인 인천시는 정부정책이라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이다. 결국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인천시민이고, 지역경제는 파탄이 나게 된다.

인천은 인구 300만명에 국제공항과 항만을 갖고 있는 도시이다.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고 있으면서 이 같은 인구규모까지 갖춘 도시는 전세계적으로 드물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인천,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를 실현해 줄 것이라 기다리지 말고 시민과 함께 자치분권 문화를 만들 때다.
 

지난해 10월 인천시의회 의장접견실에서 ‘인천안전폴리스 협약 및 출범식’이 열린 모습. 남궁형 의원(오른쪽 세 번째)은 신은호 의장(가운데)과 함께 인천형 안전분야 자치분권의 성공적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인천시의회
지난해 10월 인천시의회 의장접견실에서 ‘인천안전폴리스 협약 및 출범식’이 열린 모습. 남궁형 의원(오른쪽 세 번째)은 신은호 의장(가운데)과 함께 인천형 안전분야 자치분권의 성공적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인천시의회

▶헌법이 지방의 행위능력 제한...중앙정부는 지역발전 방안 몰라
전문가들은 현행 헌법이 지방자치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헌법 제117조를 비롯해 제37조 제2항, 제59조, 제13조 등이 지방의 손발을 묶고 있다는 것이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 "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법률에 의해 위임받지 않는 이상 조례로는 주민의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에 관한 것을 규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헌법이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위임이 없으면 지자체가 활동할 수 없도록 해 지방의 행위능력을 제한하고 있다"며 "지방에서는 주민에게 혜택을 베푸는 조례만 제정할 수 있어 지방의 재정난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자체의 위임사무와 자치사무에 대해 법령이 상세한 지침을 정하고 있어 지자체가 독자적인 지방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자체가 사실상 중앙정부의 하급집행기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방정부는 국가의 법령에서 시키는 것만 해야해 국가의 법령을 지방에서 베껴내는 복사기에 불과하다"며 "법령이 지역실정에 맞지 않고, 지방에서 더 좋은 문제해결방안을 갖고 있어도 지방은 법령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헌법이 지방정부의 손발을 묶어 중앙정부만 쳐다보도록 만들었는데, 정작 중앙정부는 지역발전을 위한 정답을 모르고 있다"며 "인천시는 중앙정부가 법률이나 명령으로 시키는 것만 하고 시키는 대로만 해서는 지방이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천시의회가 지난해 11월 시의회 앞에서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며 자치분권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 사진=인천시의회
인천시의회가 지난해 11월 시의회 앞에서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며 자치분권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 사진=인천시의회

▶정부간 세제와 재정을 중앙집권적으로 통제...국세를 국가와 지방이 공유해야
헌법 제59조는 조세부과와 징수에 있어서 지켜야할 기본원칙으로, 조세의 종목과 세율을 법률로 정하도록 조세법률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조세법률주의를 엄격하게 해석해 지방세의 종목과 세율까지도 국가가 정하고 있는 것이다.

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은 국가가 지방정부의 재정권까지도 중앙집권적인 체제로 관리하고 전국적·일률적으로 통제했다고 지적했다.

김 부원장은 모든 국가재정이 중앙정부에 의해 관리되면 지자체의 재정도 중앙정부에 의존돼 헌법이 보장하는 자주재정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민으로서는 국세를, 주민에게는 지방세를 부과징수 하도록 해 국가와 지방정부가 세입과 세출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도록 제도화 해야 한다"며 "국세는 조세법률주의를, 지방세는 조례주의를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중앙정부 주도의 단일국가 정치체제를 벗어나 지방정부의 역량을 강화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지방분권국가 확립이 필요한 상황에서 헌법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자치 원리에 따라 단순히 지방세 비중만 확대 할 경우, 이미 지방 재정력이 매우 풍부한 수도권으로 세원을 더욱 집중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김 부원장은 "지방정부가 세원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세를 국가와 지방이 공유하게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세원 공유는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반대가 예상되므로 외국 사례와 같이 헌법에서 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주민이 마을 주인되는 ‘민간인 동장’
동장은 공직의 인사방침에 따라 공무원이 임명되는 특성상 주민의 의사를 대변하지 못해 한정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민간인 동장 제도는 주민과 밀접한 현장에서 활동하는 읍·면·동장을 발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민이 직접 동사무소(행정복지센터)의 운영방안을 계획하고, 공무원은 행정기관으로써 이를 지원한다.

서울 금천구는 지난 2015년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민간인 동장을 공개 채용했다.

당시 금천구는 마을전문가 등을 동장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독산4동장에 언론인 출신이자 교육전문가인 황석연씨를 뽑았다.

황석연 동장은 2016년부터 2년 동안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활용 정거장 분리수거 거치대를 설치했고, 주차난 해소 방안으로는 공유주차장 건설을 제시했다.

당시 황 동장의 활동은 대표적인 사회 혁신 사례로 인정받았다. 황 동장은 임기를 마치고 행정안전부 사회혁신추진단 정책협업팀 과장에 임명돼 전국적으로 자신의 성과를 공유했다.

충남도는 지난해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선 전국 최초로 지역 주민이 읍·면·동장을 맡는 ‘개방형 읍면동장제’를 실시했다.

공모를 통해 임명된 읍·면·동장이 민간인이 아닌 공무원인 경우도 있다.

세종시는 전체 읍·면·동 19곳 가운데 11곳에서, 공주시는 정안면과 이인면 등 2곳에서, 논산시는 읍·면·동 15곳에서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남궁형 인천시의원이 최근 중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자치분권 문화를 만들어야고 강조하고 있는 모습. 사진=인천시의회
남궁형 인천시의원이 최근 중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자치분권 문화를 만들어야고 강조하고 있는 모습. 사진=인천시의회

▶인천도 시민이 참여하는 자치분권 문화 만들어야
남궁형 인천시의원은 자치분권을 공무원의 시각과 언어로만 주민들을 이해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자치분권과 관련된 세미나와 회의 등을 개최하면 어려운 용어로만 이해시키려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궁 의원은 시민의 언어로 설명하며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자치분권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인천시도 타지역 자치단체와 같이 민간인 동장을 시범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궁 의원은 "자원순환이 필요한 마을은 민간인 출신의 ‘자원순환동장’을 만들어 동네의 자원순환 지수를 높일 수 있고, 학업이 필요한 곳은 ‘혁신교육동장’이 나와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이 같은 제도를 2년정도 시행하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치분권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민이 참여하는 자치분권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문화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몇 명의 외침으로만 끝날 수 있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권력의 평등화를 교육하고 만들어나간다면 권력이 독점되지 않고 함께 나누어져 균형적인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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