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부세 고지서가 발부되었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는 전국적으로 95만 명이 5.7조 원을 내게 되어 있다. 작년 대비 인원은 28만 명 늘었고, 과세액은 3배 이상 늘었다. 종부세 세수는 부동산 가격, 공시지가 현실화율, 그리고 종부세 세율의 곱으로 결정되는데, 셋 다 높아졌기 때문에 세수 급증은 필연적 결과다. 올해 종부세 납부자의 1인당 평균 부담액은 6백만 원 정도로 상당한 금액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다주택 소유자와 법인이 전체 세액의 89%, 그리고 올해 증가분의 92%를 부담하므로 1주택자의 부담은 생각만큼 큰 것은 아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유명한 이야기, 즉 수천만 원 짜리 자동차 세금이 수십억짜리 아파트 보유세보다 높다는 사실은 말이 안 되므로 -자동차세를 낮추는 게 아니고 부동산 보유세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일층의 조세개혁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 온 내 친구는 미국의 재산세가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아서 부동산투기를 근본적으로 예방해준다며 한국은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올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내가 보기에 이 친구는 합리적 애국자인데, 동창회에서 왕따가 될 우려가 있다.

흔히 종부세 폭탄론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이른바 집 한 채 가진 은퇴 노인이 종부세를 왕창 두들겨 맞아 난리가 났다는 이야기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왜냐하면 시가 25억 이하 1세대 1주택자의 평균 종부세는 50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소위 ‘종부세 폭탄’은 상당 부분 지어낸 이야기거나 과장이다. 사실 종부세 폭탄론은 2008년 당시 한나라당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청구 소송을 제기했을 때 헌재에서 근거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당시 종부세에 대해 한나라당이 제기한 여러 가지 위헌 사유-세금폭탄, 2중과세, 지방세를 중앙정부가 거두는 문제, 세대별 합산 등등-에 대해 헌재는 하나하나 근거가 없다고 논박하면서 세대별 합산을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음을 상기하라.

사실 세대별 합산이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도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경제학에서는 세대별 합산과세가 옳은가 개인별 분리과세가 옳은가 하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정답이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그런데 왜 위헌이란 말인가. 그리고 현실에 눈을 돌려 부동산투기라는 망국병을 근절하려면 당연히 세대별 합산 과세가 옳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안다. 2008년 헌재의 종부세 위헌 결정은 세대별 합산이 잘못이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온 가족 이름을 동원하여 전국에 부동산 사재기를 하는 투기꾼들을 보호해주는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훗날 역사의 법정에 기록될 것이다.

물론 개인 사정에 따라서는 종부세가 억울하고 부담이 과다할 수 있지만 부담을 줄여줄 방법은 여러 가지 있다. 예를 들어 소득이 없는 노인들은 종부세 납부를 나중에 부동산이 팔리거나 상속될 때 내도록 납세 연기를 해주면 좋은데 왜 그런 간단한 개선 조치조차 하지 않는지. 그리고 작년에 비해 종부세 세수가 3배 이상 늘어난 것은 부동산 폭등을 인정하더라도 크게 상궤를 벗어난 것이므로 연간 세금 상승률에 상한을 두어 과도한 부담을 피하게 할 수 있다. 내가 참여정부에서 일할 때 그런 세금 급등 방지 장치(‘cap’이라고 불렀다)를 분명 설치했는데, 왜 그 뒤 없어졌는지 그것도 궁금하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라고 공자가 말했는데, 이때 가정이라 함은 무엇보다 과도한 세금이다. 종부세는 옳은 세금이고, 특히 한국과 같은 부동산투기 천국에서는 투기를 잠재울 필수 처방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조세 행정의 총론은 총론이고 각론도 중요한데, 올해의 종부세 급등은 과도하므로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했다고 본다.

이나 저나 내년에는 종부세가 어찌 될까.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과 결합한 국토보유세를 신설해서 종부세를 통합, 강화하겠다고 하고, 윤석렬 후보는 1주택자 면세를 포함해서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두 사람은 정반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종부세는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보유세 강화는 부동산투기를 막을 최후의 보루다. 이 둑을 허물면 나라가 떠내려간다. 투기꾼들이 만세를 부르고 전 국토에 투기 바람이 불 것이다.

지금 여러 후보들이 부동산 공급확대를 외치는데, 이는 틀린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 때 주택공급 증가분은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폭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유세 강화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수요이고, 보유세이지 공급이 아니다. 토건족들이 부르짖는 공급확대론의 유혹에 넘어가면 안 된다. 어떤 경우에도 보유세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부동산 광풍 속에서 젊은이들이 내 집 마련 꿈을 포기하고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새 대통령이 보유세를 무시하고 공급을 앞세우는 우를 범한다면 그 결과는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여론조사를 보면 내년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쪽이 6:4로 우위다. 거리에 나가 보면 스산한 겨울바람처럼 차가운 민심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부동산이다. 4년간 올라도 너무 올랐다. 문 대통령은 조국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했는데, 인간적으로는 그러리라 이해하지만, 차라리 무주택 서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했으면 나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과 교육은 대한민국에서 아킬레스의 건이다. 무주택 서민들과 청년들의 분노는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내년 선거는 매우 중요한 선거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실정에 분노한 서민들이 대거 트럼프를 찍어 이변을 일으켰지만 결국 후회하고 2020년 선거에서는 이성을 회복했던 것은 참고가 된다. 길게 보면 결국 이성과 합리가 역사를 전진시켜왔다는 사실을 믿고 미래에 희망을 걸어본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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