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안성서점 전경.
안성 안성서점 전경.

서점 문을 열자 ‘책 냄새’가 한가득 풍겨왔다. 책 냄새를 맡으며 책방 구경을 한참 하다보니 어렸을 때 부모님 손을 잡고 방문했던 동네 서점이 떠올랐다. ‘그래, 이런 곳이 서점이지.’ 안성의 안성서점은 누군가 꼭 가봐야 할 서점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꼽을 수 있는 곳이었다.

◇안성 안성서점-행복한 책가게="간단명료하게 얘기하면 동네 서점이예요. 책 냄새 나는 서점이겠죠. 어디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서점일 거예요."

이재일 안성서점 대표(43)는 책방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이같이 답했다. ‘동네 서점’이라는 그의 답변처럼 안성서점은 이 지역을 오랜 기간 지켜왔다. 그의 부친이 안성에 터를 잡은 후 책방 문을 연 지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안성서점은 지역주민들을 위한 지식창고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부제처럼 붙은 ‘행복한 책가게’란 이름은 이재일 대표가 안성서점을 물려받기 전 운영했던 서점을 뜻한다. 2대에 걸쳐 이어온 가업인 셈이다. 안성서점은 어린이 고객의 발을 이끄는 동화책부터 독서광들을 위한 책들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다룬다. 2층 규모의 책방을 찬찬히 둘러보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다.
 

이재일 안성서점 대표.
이재일 안성서점 대표.

◇이재일 대표=자신을 ‘서점 하는 아저씨’라고 소개한 이 대표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책과 가까이 지내왔다. 스물세 살 무렵 군대를 전역하고 부모님을 도와드리기 위해 책방 운영에 동참했다가 지금까지 ‘서점 아저씨’로 지내게 됐다. "저한테는 여기가 집이고 가게죠. 어릴 때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선 가게로 와야 했어요. 엄마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서점이었죠. 지금도 어머니의 도움 덕분에 서점을 운영해 나갈 수 있어요."

이 대표는 안성서점의 운영을 돕다가 자신만의 책방인 ‘행복한 책가게’를 열었다. 그리고 다시 안성서점으로 돌아와 가업을 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고객이었던 단골들이 지금까지 안성서점을 찾는 것에 큰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버님을 따르는 손님이 참 많았다"며 "그때 방문했던 손님들이 여전히 ‘아저씨는 어디 있어요?’라며 저희 아버지를 찾아주신다. 아버지께서 작고하신 이후에도 잊지 않고 이 곳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안성서점 내부 모습.
안성서점 내부 모습.
안성서점 내부를 그린 칠판.
안성서점 내부를 그린 칠판.

◇‘그 책 사지 마’ 구매를 말리는 사장님=이 대표가 책방을 운영한 지도 20년이 흘렀고, 그와 삼촌-조카처럼 막역하게 지내는 고객들도 늘어났다. 책방 사장이라면 책 한 권의 매출이 아쉬울 법도 한데 그는 고객들에게 책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들 전부 사려고 한다’는 고객들에게 ‘그 책은 사지 말아라, 한 권만 사라’ 등 만류하기도 한다.

"친해진 손님 중 삼촌과 조카처럼 지내는 친구들이 있어요. 서점 아저씨에서 삼촌이 됐죠. 그 친구들이 방문하면 책을 한가득 가져와서는 ‘이 책들 살 거예요’라고 해요. 저는 그 친구들에게 꼭 읽을 책, 반드시 풀어야 하는 문제집 아니면 사지 말라고 했어요. 그 책들을 다 팔았다면 돈이야 조금 더 남았겠죠.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가끔은 ‘손님이 달라는 대로 책 주면 되죠’라고 한 소리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내용은 같은데 브랜드만 다른 책을 가져오시면 ‘한 권만 사시라’고 말씀해드리죠."
 

안성서점 내부 모습.
안성서점 내부 모습.

◇‘책, 서점에서 직접 고르세요’=이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서점, 그리고 책에 대한 그의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안성 시내에 서점이 두 곳 있다. 불과 멀지 않은 곳에 다른 서점이 있는데, 저희를 찾아주시는 게 참 감사하다"고 고객들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책을 살 때는 책을 직접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을 추천받기보다는 가까운 서점에 들르셔서 직접 냄새도 맡아보고 목차도 살펴보고 책을 느끼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공간이죠. 감염병으로 인해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지금, 책을 가까이 해보는 건 어떨까요?"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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