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디오 스타’에서는 명곡으로 가수왕을 차지했으나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에 휩싸인 최곤(박중훈)과 그의 뒷수습을 하는 매니저 박민수(안성기)의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게 나온다. 합의금을 받기 위해 지역 방송국에서 DJ를 하러 내려갔지만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던 최곤이 우연히 고정된 형식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을 즉석 게스트로 초청하면서 점차 주민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하는 게 반전 포인트다. 지역 라디오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에 대한 소중한 힌트를 주는 장면들이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지난해 7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주민이 직접 지역 소식을 전하게 되는 공동체 라디오를 전국에 20개 추가로 신규 허가했다. 도입 17년 만에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주민들이 직접 생생하게 전하는 주민참여형 공동체 미디어 시대를 본격적으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공동체 라디오는 전국의 소규모 지역(시·군·구)을 대상으로 하는 소출력(10W 이하) 지상파 라디오방송이다.

청소년, 노인, 장애인, 이주민 등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지역의 주민 누구나 참여해 자신의 이야기, 우리 동네의 이야기를 라디오 전파를 통해 편하게 들을 수 있다. 이미 다양한 팟캐스트, 유튜브 등의 플랫폼 채널이 있지만, 독자적인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 라디오 채널이 공동체에 접근할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공동체’라는 명확한 대상이 설정되어 있고 정보통신 기기의 접근이 어려운 이들에게조차도 주변 소식을 쉽게 알릴 수 있다는 범용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영국과 호주, 일본 등은 이미 공동체 지역 라디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지역 라디오 채널을 통해 재난정보라든지, 선거철엔 후보자들의 정치활동 등을 알려주기도 하고, 지역 내 각종 축제를 생중계하기도 하는 등 지역 밀착정보 전달에 적극적으로 앞장선다. 이런 로컬 무브먼트는 자국 문화를 알리고 정체성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체 라디오를 활성화한 위 사례들을 참고해 보면 몇 가지 유념할 점도 있다. 첫째, ‘목표로 하는 공동체‘가 명확해야 한다. 첫째도, 둘째도 지역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는 의미다. 라디오 스타에서 지역 방송이 활성화되었던 이유는 거칠지만 날 것의 주변 이야기들이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이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지역 라디오의 존재 이유는 없다.

둘째, 공동체 내에서도 반영해야 하는 목소리가 뚜렷해야 한다. 공동체 라디오의 절대적 목표는 ’공공성과 사회적 이득‘이다. 지역 내에서도 특정 기득권이나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채널로 전락하게 된다면 다수의 시민에게 외면받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원활한 운영을 위한 관련 예산이 중요한데 대표적으로 광고를 주 수입원으로 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협찬과 기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행·재정적 지원 등으로 다변화하는 걸 고민해야 할 것이다.

셋째, 채널의 유익성에 대한 고민이다. 19세기 미국 사교계의 명사였던 제니 제롬이 서로 라이벌 정치인이었던 윌리엄 글래드스턴과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각각 저녁 식사를 하고 평했던 일화다. 제니 제롬은 식사 후 "글래드스턴과 헤어질 무렵이 되니, 글래드스턴이 영국에서 가장 똑똑한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했다. 반면 디즈레일리와 식사 후에는 "디즈레일리와 헤어질 무렵이 되니까 저 자신이 가장 똑똑한 여성이라고 느꼈습니다. "라고 말했다.

공동체 사람들이 들었을 때 ‘라디오 진행자가 유식하네’가 아니고 ‘이 채널을 듣다 보면 내가 유식해졌네!’라고 느끼게끔 진행해야 공동체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라디오 스타에서 매니저인 박민수가 스타였던 최곤에게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어. 별은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라고 말한 명대사가 있다.

앞으로 공동체를 비춰 반짝반짝 빛나게 해 줄, 전국의 공동체 라디오들의 발걸음을 응원하며 7월 개국을 앞둔 우리 지역 ‘수원 FM’에 ‘별이 빛나는 밤에’와 같은 음악방송 하나 정도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형태 성균관대학교 지능형ICT융합연구센터 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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