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리고 부처님 오신 달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5월 8일 부처님 오신 날, 우리 현덕사에는 하루 종일 전국에서 온 부처님들로 북적거렸다. 축제 분위기가 나도록 현수막을 하나 걸어 놓았다. 현수막의 글귀가 ‘어버이 마음 부처님 마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처님을 찾으러 사찰로 온다. 날마다 만나는 부모 형제 자매 이웃 사람들이 다 부처이고 본인 스스로도 부처임을 모르고 말이다. 모든 생명체에는 불성이 깃들어 있다고 했다.

계절 따라 가고 오고 둥지를 틀어 새끼를 치는 저 산새들도 부처님이다. 우리 공양간 처마 밑에 놓인 탁자 서랍 속에 박새가 새끼를 키우고 있다. 때에 맞춰 알을 낳고 온갖 정성과 사랑으로 삼칠일을 품어 자식을 세상에 내어 놓았다. 그리고 홀로 창공을 훨훨 날아 현덕사 하늘의 주인공이 될 때까지 품고 먹이를 주어 키운다. 그 모습이 한없이 위대하고 경이롭다. 그들이 부처가 아니면 누가 부처란 말인가!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은 어버이날과 같은 날이었다. 현덕사 신도 효진이가 서울의 새벽 꽃시장에 가서 예쁜 카네이션을 수백 송이나 사왔다. 그리고 정성을 다해 작은 꽃다발을 다듬어 포장했다. 그 모습에서도 부처를 보았다. 어버이날이라 연세 드신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들이 많았다. 효진이가 꽃바구니를 한가득 담아 한 분 한 분 드리고 있는데, 60대로 보이는 거사님이 꽃을 기쁘게 받아들고 조심스레 부탁했다. 저 그늘 아래에 구십이 넘은 모친이 쉬고 계시는데, 아가씨가 카네이션을 드리면 자기 어머니가 참 행복하실 거라고. 그 나이 든 아들 마음이 곧 부처님 마음이었을 것이다.

현덕사 행사 때마다 환경 수세미를 한 올 한 올 떠서 수백 개를 선물하시는 보살님이 있다. 연세가 팔순 중반이 넘은 분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보살님은 하반신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신다. 그 어머니를 모시고 온 아들도 복지카드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이다. 글을 읽고 쓸 줄도 모른다. 당연히 숫자도 세지 못한다. 그렇지만 자기 어머니를 모시는 데는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이다. 추우면 추울까봐 더우면 더울까봐,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없게 해 드리려고 애쓰는 진지한 모습에, 부처님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10여 년 전 20대 초반에 템플스테이 왔던 아가씨가 결혼을 해서 남편과 함께 아이를 안고 초파일이라고 찾아 왔다. 갓난아기를 안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어르는 모습은 영락없는 자비의 화신인 관세음보살님이었다.

경기도 군포시 공무원 몇 분이 강릉의 문화 예술계를 돌아보는 방문 일정 중에 현덕사의 사발커피를 체험하기 위해 방문하였다. 사발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는 중에 나이가 들어 보이는 선배가 같은 사무실 후배를 진정성 있게 염려하고 위로하며 격려해 주는 것을 보았다. 또 아낌없는 칭찬과 자랑도 하였다. 따뜻한 그 말에 울컥해 후배의 눈가에 이슬 같은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았다. 비록 종교는 달랐지만 사랑을 실천하고 자비를 베푸는 그 모습에서 참 부처님을 보았다. 부처와 악마의 차이는 아주 간단하다. 착한 일을 즐겨하고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게 곧 부처의 본분사이다. 나쁜 일을 즐겨하고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고 말이나 행동으로 피해를 주는 게 곧 악마의 본분사이다. 이렇게 부처되기도 쉽고 악마되기도 아주 쉬운 것이다.

이 곳 현덕사에는 스무 살이 다된 흰둥이와 예닐곱 살이 된 현덕이가 당당한 현덕사의 주인으로 나와 함께 살고 있다. 사찰을 찾아 준 손님들에게 온갖 재롱을 부려가며 놀아 주고 반겨주는 따뜻한 눈길은 부처님의 자비로운 바로 그 눈빛이었다. 현덕사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과 생명들이 다 부처님이다. 이 글을 읽고 마음에 작은 울림이라도 일어났다면 당신도 분명 부처님이다.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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