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와 협업…댄스 동아리 운영
중도입국 청소년 정서 지원…자존감 향상 기대

다문화 Story

다문화인 200만 시대다. 주위를 둘러보면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관념은 아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중부일보는 이에 대한 간극을 좁히고자 ‘다문화 스토리’를 연재한다. ‘다문화 스토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다문화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소개하고 우리 사회의 변화를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외국에서 성장하다가 한국으로 들어온 청소년을 중도입국 청소년이라고 한다. 유년기를 외국에서 보내다 보니 대부분 언어도 서툴고 한국 문화에 대한 적응도 애를 먹는다. 특히 우리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자존감도 떨어지고 사회성도 낮아 또래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아이들의 사회 적응을 물심양면 돕는 이가 있다. 바로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황주현 씨다. 그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K-Pop 댄스 동아리를 만든 이유

"아이들이 말이 아니어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황주현 사회복지사가 기자에게 던진 말에는 아이들을 향한 애정이 묻어있었다. 황 복지사는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이하 센터) 초기적응팀 소속으로, 중도입국 청소년과 학교 밖 아이들을 위한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수원여대 사회복지과와 협업을 통해 K-Pop 댄스 동아리를 조직했다. 댄스 동아리를 만든 계기에 대해 그는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 해소를 첫 번째 이유로 들었다. 황 복지사는 "센터는 한국어 수업 등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어 기획했다"고 했다.

필리핀 출신 중도입국 청소년 신카일 군. 사진=노민규기자
필리핀 출신 중도입국 청소년 신카일 군. 사진=노민규기자

실제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필리핀 출신의 신카일(14) 군은 동아리 참여 이유에 대해 "춤을 출 때는 답답함도 걱정도 없다"며 "무엇보다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표정에서 만족감이 묻어났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초기적응을 맡고 있는 황 복지사에게 아이들의 자존감 회복은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였다. 그는 "센터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에 가지 않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취업을 위한 직업 교육을 받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 또래 친구들과 교류 하거나 사회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황 복지사는 "아이들이 처음 센터에 올 땐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고 했다.

황 복지사는 "춤은 만국의 언어다. 어느 나라를 가던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우리 아이들도 춤을 통해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또 이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존감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댄스 동아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손희원 수원여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욕구 조사를 진행해 보니 실제로 자존감이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아이들의 자존감과 사회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했다"고 참여 이유를 전했다.

K-Pop 댄스 동아리에 참여해 중도입국 청소년들에게 춤을 가르치고 있는 수원여대 사회복지과 학생들. 사진 왼쪽부터 김은빈,  김민지, 이채연 학생. 사진=노민규기자
K-Pop 댄스 동아리에 참여해 중도입국 청소년들에게 춤을 가르치고 있는 수원여대 사회복지과 학생들. 사진 왼쪽부터 김은빈,  김민지, 이채연 학생. 사진=노민규기자

■ 변화를 넘어 꿈을 실현하는 동아리로

황 복지사는 점점 밝아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소망을 전했다. "아이들이 동작을 하나하나 배우고 안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그는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재능과 꿈을 발견하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센터에서 댄스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민지(수원여대 사회복지과) 학생은 아이들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는 "동아리 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 아이들은 감정이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요즘에는 먼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거나 우리와 소통할 때 거리낌 없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출신 중도입국 청소년 반재희 양. 사진=노민규기자
베트남 출신 중도입국 청소년 반재희 양. 사진=노민규기자

실제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몇몇 학생은 K-Pop을 접하면서 새로운 꿈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가족들과 함께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반재희 양이 그랬다. 반 양은 학교 밖 청소년이다. 부족한 한국어 실력 탓에 일반 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혼자 보내던 시간이 많았던 반 양에게 친구가 있는 센터와 댄스 동아리는 한 줄기 빛이었다. 반 양은 "나에게 K-Pop 댄스 동아리는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열심히 배워서 K-Pop 스타들을 꾸며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구체적인 진로를 밝혔다.

황주현 사회복지사(상단 왼쪽에서 두 번째)와 K-Pop 댄스 동아리 회원들. 사진=이세용기자
황주현 사회복지사(상단 왼쪽에서 두 번째)와 K-Pop 댄스 동아리 회원들. 사진=이세용기자

■ "저는 행복한 조력자"

황주현 복지사는 "의기소침하던 아이들이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해 나갈 때 내가 왜 이 일을 하게 됐는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아직 자신이 어떤 재능과 끼가 있는지 잘 모른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의 진로와 연계된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지원하는 행복한 조력자로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밝게 웃었다.

이세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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