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이후 박물관은 유물의 안전한 보존이라는 고유기능을 넘어 지역사회 구성원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문화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박물관 운영의 범위도 유물과 상설전시관 관리뿐 아니라, 상호교감 콘텐츠 위주의 기획전시 조성과 연구학술을 기반으로 한 교육·지역축제 등으로 확장됐다.

지난 20여 년 동안 성호박물관, 최용신기념관 운영에 꾸준히 투자하며 지역 문화발전에 기여해 온 안산시 박물관 정책의 성실함은 산업박물관처럼 특색 있는 전국단위 테마 박물관 건립으로 꽃을 피우게 됐다. 10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2년 하반기 개관하는 안산산업역사박물관은 산업도시 안산의 도시 정체성을 확연히 드러내는 박물관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거대한 원형 고리를 상징하는 건물에 들어선 3개의 상설전시실은 ‘산업과 도시’, ‘산업과 기술’, ‘산업과 일상’을 주제로 서로 맞물려 안산의 산업을 이끈 인물과 유산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안산시 박물관팀은 안산산업역사박물관의 준비기간 동안 산업사 관련 유물 8천여 점을 수집했고,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의 주역들에 대한 구술자료를 포함한 다양한 아카이브 사업을 추진해 왔다. 안산산업역사박물관의 1전시실인 ‘산업과 도시’에는 도시형성과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68명의 이야기 자료가 오롯이 담겨 있다.

중소기업 위주의 지역경제라는 이유로 안산시와 안산스마트허브(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는 그 위상이 저평가돼왔다. 하지만 "안산이 할 수 없으면 한국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산업 성장의 역사에서 도시 안산이 차지하는 지점은 남다르다. 안산산업역사박물관은 상호교감형 전시로 산업의 힘이자 심장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안산이 어떻게 대표적인 산업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 보여 준다.

안산산업박물관 전시실
안산산업박물관 전시실

안산시에서 수집·전시·연구하고 있는 산업 관련 유물들은 한때 생활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어 크게 각광을 받기도 했고, 벗어나야 할 하찮은 고물로 폄훼되기도 했다. 박물관의 건립과정에서 산업유물들이 재조명되면서 그 희소성과 이야기의 힘이 증명돼 산업 관련 근대문화유산으로 인정받게 됐다. 특히, 수집된 유물 중 소금궤도열차, 기아T-600삼륜차, 목제솜틀기는 심의과정을 거쳐 경기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성장 과정을 거친 사람들은 과거를 이겨내야 할 어려움이자, 미래를 위해 넘어서야 할 과제로 생각해 왔다. 근대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산업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로 향하는 도약으로 여겨졌기에, 그 과정에서 우리와 함께한 소중한 일상과 산업사의 유산들이 쉽게 내버려졌다.

삶이 풍요로워지고 과거를 돌아볼 여력이 생기면서, 산업사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에 따라 산업역사박물관에 대한 기대와 역할도 점차 커지는 중이다. 안산시가 박물관을 통해 과거를 성찰하고, 산업에 대한 의식을 개선해 긍정적인 미래를 도모하는 사업에 힘을 쏟는 이유는, 사람의 가치를 발굴하고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해주는 박물관의 순기능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안산시의 박물관은 앞으로도 유물을 통해 사람의 기억을 기록하고 가치를 발굴하는 전시·교육 사업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다.

안산산업역사박물관을 준비하는 동안 축적돼온 아카이브 자료는 2022년 하반기 개관 이후 학술대회와 시민워크숍, 특별기획전시와 상설전시로 전국 관람객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안산시 박물관 정책 관련 문의는 031-481-3439로 하면 된다.

이수빈 안산시 박물관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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