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자들의 사연을 듣다 보면 경중을 따질 수 없도록 안타깝다. 하지만 그중 사회초년생들에 대한 취업사기 사건을 보면 교단에 서는 사람 입장에서 더더욱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한 발만 물러나서 생각해보면 금방에서라도 실현불가능 한 제안이란 것을 알 수도 있겠지만, 취업을 간절히 원하는 당사자들은 의심을 살 만한 상황에서도 애처롭게 부당한 취업 알선 사기에 휘말린다.

최근 광주에서는 국내 최대 취업사기가 발생하였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취업 사기사건이 바로 그것인데, 종교인으로 알려진 두 명의 공범은 젊은이들에게 천만원에서 오천만원 정도를 알선비로 지급하는 경우, 기아차 협력업체에 비정규직으로 일단 입사를 했다가 차후 기아차 광주공장의 정규직으로 전환을 해주겠다고 속여, 거액을 편취하였다고 한다. 2년 동안 이 둘은 동일 수법으로 자그마치 650명의 구직자에게 사기를 쳤는데, 피해액은 150여 억 원에 달한다고 알려진다. 특히 피해를 입은 구직자들 중에는 청년층이 많은데, 정규직 일자리는 이제 하늘의 별 따기이다 보니 부모를 동원하거나 사채까지 써가며 알선비를 마련하였다. 대다수의 피해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회초년생과 그들의 가족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 수법이 매우 터무니없고 황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피해를 양산했다는 사실은, 현재 이들 연령층이 경험하는 유래 없는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짐작하게 만든다.

필자도 대학에서 취업관련 부서를 맡고 있다 보니 코로나가 졸업예정자들에게 얼마나 더 잔혹한 결말을 초래하게 되는지 걱정이 된다. 일단 금년도에는 애당초 공채 공고를 내지 않는 대기업들이 많다. 어쩌다 공고가 난 기업에 서류가 통과되었다고 하더라도 면접조차 비대면이라서, 서류전형에서 학력 등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이지 못한 지원자들의 경우에는 면접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조차 힘들다. 이러다 보니 금년도 신입직원 선발은 더욱 학벌이나 인맥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혹자는 금년도 졸업생 중 비정규직 포함 전일제 직장에 취업하게 될 인원은 희망자의 50%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리 학교도 예외가 아니라서 지금부터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직장이란, 사람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본인이 어떤 직장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소속감을 느끼고 나아가 집단몰입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어 결국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게 된다.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은 개인에게는 소외감의 근거가 되기도 하는데, 뒤르껭은 소외가 자살의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고 하였다. 요즘 유달리 젊은이들의 자살률이 증가추세라는 사실은 이 같은 사회경제적으로 극악한 상황과 맥을 함께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자살예방센터의 2019년도 자살률 통계에 따르면 최근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특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이들의 높은 실업률과 사회적 지지 네트워크의 단절이 그 이유일 것이라 추정하였다. 이 같은 상황은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증가추세인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금년도 연말에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OECD 국가 중 실질적 자살률 1위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사회초년생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만큼은 특단의 대책을 세워서라도 방지해야 할 것이다. 당장 노동의 대가는 지불하지 못하더라도 소외감만큼은 느끼지 않도록 기업들에서 좀더 많은 인턴자리를 내어주던지 그것이 어렵다면 잠깐 동안의 실습기회라도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겠다. 사람은 돈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확신으로 미래를 기약하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 누군가는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이 어려운 현실을 헤쳐 나가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