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팩트체크

대선에 이어 연달아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경기·인천지역에서 수백명의 출마자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입니다. SNU팩트체크 공식 제휴사인 중부일보는 과열 혼탁양상으로 흐르는 선거전 속에서 출마자의 주장과 발언이 제대로 유권자에게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 ‘지선 팩트체크’ 시리즈를 운영합니다. 지선 팩트체크는 공정한 팩트체크를 위해 명확한 근거와 당사자의 충분한 반론권을 보장합니다.

 

[검증 대상] 언론사 자체검증 “무효표는 정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8세 유권자 1천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차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71.5%가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며 투표 참여 의향을 밝혔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는 나라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수단이다.

​6·1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6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중부일보 DB
​6·1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6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중부일보 DB

그러나 정치적 불만을 호소하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심심찮다. 투표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어 후보들에 대한 거부의 의사표시로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무효표는 정치권이 국민의 눈치를 보고 긴장감을 갖도록 만든다”며 참여를 독려하지만 반대하는 입장은 다르다.

그렇다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무효표는 정말 정치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중부일보가 이에 대해 팩트체크했다.

 

[관련 링크]
1.
무효표에 의문을 드러낸 커뮤니티 게시글(디시인사이드 중도정치갤러리)

 

[검증 방법]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무효표의 개념을 살펴보고, 무효표와 자주 혼동되는 기권표와의 차이를 정리했다. 또 무효표와 관련된 국내외 사례를 조사하고 기권을 인정한 해외 사례를 제시했다.

 

[검증 내용]

◇ 무투표와 무효표는 다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무효표’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무효표 유형을 정리한 표.. 그래픽=금유진 인턴기자
무효표 유형을 정리한 표.. 그래픽=금유진 인턴기자

이처럼 무효표는 투표용지를 훼손하거나 어느 란에도 기표하지 않는 경우 생긴다. 이와 혼동되는 개념이 바로 기권표다. 기권표는 사전에 인쇄됐으나 투표를 하지 않아 남은 투표용지를 합산한 값이다.

우리나라는 투표용지에 별도의 기권란을 두지 않아 유권자는 투표소에 방문하지 않고 기권표를 만들거나, 직접 방문해 무효표를 만드는 방식으로 본인의 기권 의사를 밝힌다. 총투표율에 포함되는 무효표와 달리 기권표는 총투표율에 포함되지 않는 것도 차이점이다.

◇ 유권자가 무효와 기권에 담는 의미
유권자가 정치적 의사를 무효와 기권으로 표현한 사례가 있다. 1956년 5월에 치러진 제3대 대통령 선거 및 제4대 부통령 선거가 대표적이다. 당시 선거에서는 민주당과 자유당의 치열한 정당 대결이 펼쳐졌으나 당선이 유력했던 민주당 신익희 후보가 유세 도중 서거했다. 이후 전체 투표자 수 960만 명 중 185만6천818표, 무효표와 기권표가 전체 투표의 26.4%를 차지하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는 선거 결과 발표 시 무효표의 유형을 따로 분류하지 않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들이 신 후보에 대한 추모와 이승만 정권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며 무효표를 던졌다고 해석했다. 특히 수도 서울의 경우 1위 이승만 후보가 얻은 득표수(20만5천253표)보다 무효표(28만4천359표)가 더 많이 나왔다.

1956년 5월에 치러진 제3대 대통령 선거 결과.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1956년 5월에 치러진 제3대 대통령 선거 결과.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무효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해외 국가도 있다. 바로 무효표로 역사가 깊은 프랑스다. 지난 201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는 전체 투표의 11.5%를 차지하는 무효표가 발생했다. 이는 유권자들이 표를 훼손하거나 백지투표(Vote blanc)를 던짐으로써 정치적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무효투표를 활용한 것이다. 이후 2020년 무효표를 잘못된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시민적이고 중립적인 행위로 인정해 기권표와 구분하겠다는 내용의 ‘백지투표 승인에 관한 법안 2603호’가 가결됐다.

프랑스 외에도 무효표에 준하는 방식을 도입한 국가는 ▶스페인 ▶인도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등이 있다. 이들 국가는 ‘지지 후보 없음’ 또는 공란을 만들어 투표하는 것을 명문화하는 ‘NOTA(None of the Above)’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처럼 무효표는 당선자를 좌우할 수 있었던 잠재표로써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며, 유권자가 정치적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검증 결과]
‘무효표’와 ‘기권표’의 개념을 정리했다. 무효표는 투표에 참여하되 특정 정당·후보자에 기표하지 않거나 용지를 훼손하는 등 유효한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며, 기권표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무효표는 실수로 발생하는 것 외에도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선 주자였던 고 신익희 선생을 추모하기 위한 약 186만 개의 무효표가 그 사례로 꼽힌다.

201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표를 훼손하거나 백지투표(Vote blanc)를 던짐으로써 정치적 불만을 표출했으며, 투표지에 ‘지지 후보 없음’ 또는 공란을 만들어 유권자들이 투표할 수 있게 하는 NOTA(None of the Above)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도 있다. 이처럼 무효표는 유권자가 정치에 갖는 거부감을 정치권에 드러내 제도를 바꾸는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중부일보 팩트인사이드팀은 “무효표는 정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검증문은 ‘대체로 사실 아님’이라고 판단한다.

팩트인사이드팀(이한빛·박지희 기자, 금유진 인턴기자)


※네이버에서 지선 팩트체크 기사 보기

 

[근거 자료]

1.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도자료 – 2차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

2.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유효표와 무효표 기준 총정리

3.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사건기록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4.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5.1956년 대통령 선거에서 조봉암의 약진요인에 대한 분석

6.프랑스 의회 백지 투표 승인에 관한 법안 2603호

7.인도 NOTA 관련 명령

8.Undang-Undang UU Nomor 10 Tahun 2016(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 제54C조 2항, 25쪽)

9.스페인 일반 선거 제도에 관한 1985년 6월 19일자 유기법 96조 5항(스페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10.백지투표 관련 안내(콜롬비아 국가 시민 신분 등록 사무소 아카이브)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