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우리 곁에 파고든 기후위기> 

기상 이변이 심상찮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고 극지에서는 빙하가 녹아내린다. 사막 한가운데 폭우가 쏟아지고, 원인 모를 산불이 곳곳에서 발생한다. 한반도에는 지난 6월, 사상 최초로 열대야가 관측됐다. 기상 이변이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이다. 중부일보는 이러한 현상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인지 팩트체크하고, 우리의 대응상황을 3편의 기획 보도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남의 일 아니다’…SNS 통해 기후재앙 우려 확산
2. 기후 위기와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3. 수도권 지자체의 기후위기 대응과 방향 점검


[검증 대상]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 “지구멸망까지 8년 남았다”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각지에서 산불과 가뭄이 이어지고 유럽과 러시아 등은 역대 최고 기온을 갱신했다. 미국에서는 사막 한가운데 라스베이거스에 1시간여 동안 250㎜ 넘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유례없는 물난리가 났다. 이전까지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던 지역이었다.

지난달에는 이상고온으로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려 알프스산맥의 인기 탐방로인 마터호른과 몽블랑 일부가 통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7~8월에나 나타나던 열대야가 지난 6월에 발생했다. 관측사상 최초였다.

기상이변은 물리적인 현상뿐아니라 사람들의 심리까지 흔들고 있다.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후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지난 6월 30일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인간이 망쳐버린 지구 날씨 근황’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와 8월 3일 현재 4만 8천여건의 조회수를 기록중이다.

특히 해당 글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대로 가면 8년 뒤 지구가 멸망’이라는 내용으로 공유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구 멸망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 사진=네이버 지식인 캡처
온라인에서 지구 멸망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 사진=네이버 지식인 캡처

중부일보는 이러한 기상이변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근거에 입각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된 ‘지구멸망’ 게시물을 팩트체크 했다.


[관련 링크]

1. 커뮤니티 게시물(인벤 메이플 스토리 게시판)

2. 페이스북 게시물

 

[검증방법]
외신과 국내 자료를 기반으로 게시물의 진위를 확인했다. 또 환경부가 제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통해 모든 생물체 대멸종 시기를 살펴봤다.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세를 살피는 데는 유엔 산하 기구 IPCC와 국립기상과학원의 분석 결과를 활용했다.

 

[검증내용]

◇ SNS에 등장한 2030년 지구멸망설
게시물은 현재 속도라면 지구멸망까지 8년이 남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각종 이상 기후를 배경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유럽과 시베리아의 38°C 폭염, 캐나다의 49°C 폭염은 관측 이후 최초이며 올해 일본의 6월 기온은 평년보다 최대 15°C 가까이 상승했다. 또 현재 속도라면 2030년 후반 부산광역시 땅 3분의 1이 지도에서 사라진다.

해당 게시물을 확인한 결과 일본 관련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모두 사실이었다.

관측 이후 최초 폭염은 연합뉴스, BBC뉴스 코리아의 보도를 통해 확인했고 유럽환경청 홈페이지에서는 영국에 최초 발령된 폭염적색경보 관련 정보를 찾았다.

부산의 3분의 1이 사라진다는 주장은 그린피스의 발표에 근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국지적 기상 이변을 2030년 지구멸망의 근거로는 볼 수 없다.

과학계와 국제기구 등은 기상이변 급증 시점을 지구 평균 온도가 1.5℃ 상승할 경우로 예측했다.

유엔 산하기구 IPCC는 이때가 되면 극심한 폭염과 가뭄, 홍수 등 기상 이변이 급증하고, 2℃ 상승 시에는 그 강도가 적어도 2배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지난 2021년 발표한 자료에서 지구의 평균 온도 1.5℃ 상승 시기를 2028∼2034년으로 예상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보다 빠른 2026년에 1.5℃ 까지 상승할 확률이 50%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 상승한다고 가정해도 지구 멸망을 거론할 상황은 아닌 것이다.

'지구 멸망'의 시나리오는 환경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2℃ 오르면 해빙으로 인해 해수면이 7m 상승하고, 북극 생물의 15~40%가 멸종 위기에 처한다.

4℃ 상승하면 사용 가능한 물이 최대 50%까지 줄어들게 돼 아프리카 농산물 생산량이 최대 35% 감소한다.

마지막으로 6℃ 상승하면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대량 분출되면서 모든 생명체의 멸종이 시작된다.

마크 라이너스 『6도의 멸종』을 토대로 제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 자료=환경부
마크 라이너스 『6도의 멸종』을 토대로 제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 자료=환경부

그렇다면 게시물은 왜 8년 후인 2030년을 강조했을까?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8년 후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가뭄 일상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지난달 18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에서 아날레나 베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전 세계적인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시간이 8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 세계가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설정한 시기의 중간지점인 2030년을 언급한 것이다.

게시물은 이런 내용들을 종합해 올린 것으로 보인다
 

[검증결과]

온라인 게시물의 배경으로 제시된 기상 이변은 일본 관련 내용을 빼면 모두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국지적인 기상 이변이 발생한 정도였다. 

환경부 등의 공인된 자료를 살펴본 결과 ‘모든 생물체 대멸종’은 지구 온도가 6℃ 오른 시점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시물에서 명시한 8년 후는 과학계 등이 전 세계에 기상 이변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시점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 시기 대한민국 영토의 5%가 침수되고 바닷가에 자리 잡은 대도시들은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전 세계가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설정한 시기의 중간지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부일보 팩트인사이드팀은 “이대로 가면 지구멸망은 8년 남았다”는 검증문은 ‘전혀 사실 아님’이라고 판단한다. 다만 기상이변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경각심과 적극적 대응책 마련은 시급한 상황이다.

팩트인사이드팀(이한빛 기자·금유진 인턴기자)

※네이버에서 팩트인사이드 기사 보기
 

[근거 자료]

1. 어린이와 청소년의 기후 불안과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대한 신념: 글로벌 설문조사(랜싯)

2. "사람 탓 아니라면 '시베리아 폭염' 있을 수 없다"(연합뉴스 2020년 7월 16일 보도)

 2-1. 지구 및 유럽 온도 지표 평가(유럽환경청)

 2-2. 최고 49.6도… 폭염에 캐나다 마을의 90%가 불탔다(BBC뉴스 2021년 7월 2일 보도)

 2-3. 폭염: '오전에도 40도 웃돌아'...기록적인 더위를 견디는 일본(BBC뉴스 7월 1일 보도)

 2-4. 오늘 군마·마에바시 등 관동에서 40℃ 예상과 위험한 더위 열사병에 엄중 경계 (웨더뉴스 6월 29일 보도)

 2-5. 2030 한반도 대홍수 시나리오… 지금은 기후비상사태(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유튜브)

 2-6. 부산시·유엔 해비타트·오셔닉스, 해상도시 시범모델 건설 양해각서 체결(2021년 11월 18일 부산시 보도자료)

3. IPCC AR6 제1실무그룹 평가보고서 요약본(SPM)

4. IPCC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

5. SSP 시나리오에 따른 동아시아 극한기후 미래전망(국립기상과학원)

6. 향후 5년 동안 지구 온도가 일시적으로 1.5°C 임계값에 도달할 확률 50:50(세계기상기구 5월 9일자 보도자료)

7. 환경부 기후변화 시나리오

8. 기후변화에 따른 전례 없는 수문 가뭄 시기(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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